당시 나는 수년간 가스라이팅을 당해 심적으로 굉장히 쇠약해져 있는 상태였고,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을 안 후에 지옥 같은 관계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도 심한 고통을 받았다.
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오긴 했지만, 그동안 받은 상처가 너무 크고 혹시나 그 사람이 나를 찾아와 해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심각한 불안과 식욕저하, 불면을 경험하며 급하게 정신과를 찾아보기 시작했다.

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유튜브를 뒤졌고, 내 상태를 가장 잘 알아준다고 생각했던 '뇌부자들'채널에 의사분들께 진료받고 싶었다. 그래서 그분들이 일하는 세브란스 병원에 예약을 잡았다. 문제는 당장 내가 죽을것같은데 내가 잡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진료가 3주 뒤였다.
당시 정신과에서 일하는 지인과 세브란스 예약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는데, 지인이 깜짝 놀라며 대학병원은 소견서(?) 없이 바로 진료도 안 받아줄뿐더러, 3주 이상 기다리기에는 내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했다.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과도 가까워야 안빠지고 지속적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.

지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나는, 후기가 좋은 정신과를 한참 찾아봤다. 큰 용기 내서 병원을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랑 안 맞으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기 때문이다.
그러다 서늘한여름밤, '서밤'님 블로그를 접하게 되었다. 우울증과 관련한 그림일기 컨텐츠를 그리는 분인데 이분이 추천받은 모든 정신과를 모아놓은 지도가 있었다.
https://blog.naver.com/leeojsh/220852877049
심리상담센터/정신과 추천 지도 (마지막 업데이트:21년 01월)
추천 목록 상담센터중 상담자가 성차별 발언이나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다고 느낀 곳이 있다면 반드시 알려...
blog.naver.com
더 이상 고민하며 병을 키울 수 없다는 생각에 서밤님의 정신과 추천지도 중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방문했다. 다행히 그곳 의사 선생님이 아주 잘 맞아서 병원을 바꾸거나 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 병원을 꾸준히 3년째 다니고 있다. 지도에서 추천받은 심리상담센터도 다녔는데, 많은 도움을 받았다.

어쨌든 처음 방문하는 정신과여서 엄청나게 긴장을 했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여느 내과, 이비인후과와 똑같은 분위기였다. 대신 보통 내과보다는 좀 더 따뜻한 조명에 차분한 인테리어, 은은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점이 달랐다. 진료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에라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시려고 일부러 그렇게 인테리어를 하신 듯했다.
정신과 방문은 모두 예약을 해야 하는데, 첫 방문의 경우 면담에 한 시간 넘게 소요되기 때문에 꼭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. 첫 면담 당시에 한 시간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난다. 선생님 책상 위에 있는 티슈 아마 거의 다 썼을 것이다..ㅎㅎ죄송해요 쌤..
그 첫 방문에 내가 작성했던 것이 저번 포스팅에서 언급한 벡(Beck)의 우울척도▼이다. 63점 만점에 56점 나왔었다...ㅎㅎㅎ(참고로 16점 이상부터 우울증이다)
https://behappy1.tistory.com/entry/%EC%A0%95%EC%8B%A0%EA%B3%BC%EC%97%90%EC%84%9C-%ED%95%98%EB%8A%94-%EC%9A%B0%EC%9A%B8%EC%A6%9D-%ED%85%8C%EC%8A%A4%ED%8A%B8%EB%B2%A1Beck-%EC%9A%B0%EC%9A%B8%EC%B2%99%EB%8F%84
정신과에서 하는 우울증 테스트_벡(Beck) 우울척도
나는 우울증일까? 오늘은 제가 정신과를 처음 방문했을 때 했던 우울증 테스트를 알려드리겠습니다. 바로 벡(Beck) 우울척도(BDI척도) 인데요, 점수에 따라 정상인지, 우울증이 중증인지, 경증인지
behappy1.tistory.com
벡 척도를 통해 실제 내가 얼마나 중증의 우울 상태인지 보고, 의사 선생님께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점에서 마음이 힘들고 불안한지 이야기했다. 당시에는 너무나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제대로 설명도 못했었던 것 같다. "잘 이해가 안 되시겠지만.. 저도 제가 왜 이런지 모르겠지만.."과 같은 말을 되게 많이 했었다. 그만큼 혼란스럽고 내 불안을 다루기가 힘들었다.
그래도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말을 끝낼 수 있게 끝까지 기다려주시고, 위로해주셨다. 친구들이었으면 조언을 주려했을텐데 의사선생님께서는 따로 나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셨고, 그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. (친구들의 위로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. 그러나 심한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는 간단한 조언도 상처가 될 수 있어서, 아무런 편견 없이, '내가 우울해봤는데 너도 이렇게 해봐라'와 같은 훈수(?) 없이 그저 들어줘야 하는데, 그게 일반인에게는 쉽지가 않다.)

첫 진료비는 한 10만 원 언저리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. 그러나 첫 진료는 워낙 오래 걸리는 것이라 비싸고, 그 이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했고 10~15분 정도 면담하고 진료비용은 8,000원~11,000원 정도 나왔다. 이 진료비에 약값까지 포함된 것이니까 그냥 이비인후과나 내과 진료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.
그렇게 첫 진료를 마치고 나는 항우울제인 렉사프로 20mg과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도와주는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다.
-나의 정신과 첫 방문 썰 2탄에서 계속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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